1. 서론–가볍게 봤다가 감정 다 털리고 나왔어요
처음 『악당의 아빠를 꼬셔라』라는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그냥 웃겼어요. “도대체 어떤 로맨스길래 아빠를 꼬시지?” 싶었고, 분명히 말장난 같은 가벼운 로판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이 작품, 진심으로 감정선이 너무 잘 짜여 있어요. 소설 속 세계에 들어간다거나, 회귀해서 운명을 바꾸는 설정은 많이 봐왔는데, 여기선 그걸 한 단계 더 비틀어요. 에스텔은 소설 속 인물로 들어간 것도 모자라, 그것도 본편보다 훨씬 전, 부모 세대 시점으로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시작부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살기 위해, 그리고 미래의 비극을 막기 위해 그녀는 황제에게 먼저 청혼을 합니다. “아버님, 저랑 결혼해주세요.”
이 말 한마디로 시작된 이야기가요, 점점 진심을 품고, 사람을 바꾸고, 관계를 만들고,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까지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립니다. 전 이거 가볍게 시작했지만, 끝날 때는 울면서 봤어요.
2. 등장인물 – 각각의 상처와 선택이 얽힌 관계들
📌에스텔 프레이시아
현대에서 평범하게 웹소설을 읽던 여성. 어느 날 버스 사고를 당한 뒤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읽던 소설 속 세계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시점이 본편보다 훨씬 전이라는 거예요.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이 태어나기도 전이고, 그녀가 알고 있던 미래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태예요.
더 큰 문제는 그녀가 마력에 극도로 약한 체질이라는 것. 일반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티는 공간도 그녀에겐 생명이 위협받는 독이나 다름없어요. 그런데 황제 엘로드의 마력은 독이 아니라 ‘안정제’처럼 작용하죠. 엘로드 곁에 있으면 그녀는 살아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에스텔은 결심해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불행을 막기 위해, 자신이 먼저 결혼을 제안합니다.
처음엔 정말 계산된 선택이었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 끝장이야”라는 절박함.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계산 위에 진심이 하나씩 스며들어요. 그녀는 처음엔 황제 옆에 있기 위해 다가섰지만, 점점 그 사람의 외로움과 상처를 마주하고, 무의식적으로 그를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녀는 이 관계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에게 구원받지 않아요. 직접 움직이고, 직접 설득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합니다. 그게 에스텔이라는 인물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엘로드 이카르디아
제국의 황제. 처음에는 딱 봐도 감정 없는 철벽 캐릭터예요. 혼자 있고 싶어 하고, 사람을 믿지 않고, 말수도 적고 표정도 잘 바뀌지 않아요.
그런데 에스텔과 만나고 나서, 조금씩 균열이 생깁니다. 처음엔 “이 여자가 날 속이려는 건 아닐까” 의심하지만, 곧 그녀가 진심으로 이 결혼을 제안했다는 걸 깨닫게 돼요.
엘로드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감정을 보여주는 인물이에요. 에스텔이 힘들어할 때 말없이 그녀 곁을 지키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그녀를 감싸요.
점점 에스텔을 향해 마음을 여는 모습이 정말 서서히—그리고 설레게 펼쳐져요. 한순간 반하는 게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관계.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되죠. 이 사람, 원래부터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걸.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어요. 에스텔이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워할 때, 엘로드는 아주 짧게, 하지만 단단하게 말해요.
“당신은 언제나 내 옆에 있어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이 대사에서 진심이 너무 묻어나서, 진짜 울컥했어요.
3. 총평 – 청혼이 시작이고, 가족이 결말이다
『악당의 아빠를 꼬셔라』는 단순히 ‘남주 꼬시는 로판’이 아니에요. 처음엔 생존을 위한 계약처럼 보였던 관계가 어떻게 진심으로 바뀌고, 어떻게 서로의 인생을 바꿔주는지가 중심인 작품이에요.
특히 이 웹툰은 ‘사랑’보다 ‘신뢰’가 먼저 생긴다는 게 좋아요. 우린 보통 로맨스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걸 기다리는데, 이 작품은 서로를 천천히 믿고, 천천히 다가가는 방식을 택해요. 그게 너무 사람스럽고, 설득력 있어요.
에스텔은 여주인공으로서 진짜 멋진 사람이에요. 남주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하고 행동하죠.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다정하고, 무너지지 않아요.
엘로드 역시 로판에서 흔히 보던 철벽 황제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이 사람도 결국은 누군가를 기다려온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사랑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시작된 선택이에요. 그리고 그 선택이 만든 결과가 ‘가족’이라는 따뜻한 결말로 이어집니다.
✅ 마무리 한 줄 요약
“계산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마음으로 완성된 관계.”
『악당의 아빠를 꼬셔라』는 가볍게 시작했다가 마음 한구석까지 파고드는 로판입니다. 표현은 담백하지만 감정은 진하고, 전개는 유쾌하지만 메시지는 깊어요.
설레는 로맨스 좋아하시는 분, 진심을 천천히 키워가는 관계를 보고 싶은 분께 정말 진심으로 추천드릴 수 있는 웹툰입니다.